POSTECH 조정부, 함께 맞춰온 10년의 리듬
- 등록일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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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CH 조정부, 함께 맞춰온 10년의 리듬
글 | POSTECH Creators 취재부 김소현 (신소재공학과 24학번)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은 POSTECH 조정부가 전국 대학 조정대회에서 종합 준우승을 거뒀다. 조정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스포츠다. 네 명 혹은 여덟 명의 선수가 노를 물에 넣고 빼는 순간부터 다리로 배를 밀어내는 순간까지* 하나의 리듬으로 움직여야 한다. 같은 힘을 내더라도 타이밍이 조금씩 어긋나면 배에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 네 명의 선수가 한 배에 타면 ‘포어(Four)’, 여덟 명이 타면 ‘에이트(Eight)’라고 한다. 조정은 전신을 사용하는 운동으로, 선수들은 하체로 배의 발판을 밀어내고 상체로 노를 당기는 일련의 동작과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POSTECH 조정부의 지난 10년도 그 리듬을 맞춰가는 시간이었다. 조정이라는 스포츠조차 낯설었던 창단 초기부터 훈련과 대회가 멈췄던 코로나19 시기를 지나, 이제는 3·4학년까지 활동을 이어가는 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잡고 후배들과 함께 배를 탄다. 올해 전국 대학 조정대회 종합 준우승은 그렇게 쌓아온 시간 위에서 만들어진 성과다.
창단 10주년을 맞아 육장수 인문사회학부/스포츠지원센터장과 창단 초기부터 조정부와 함께해 온 김재훈 교수, 훈련을 직접 지도하는 서윤섭 코치, 그리고 무은재학부 25학번으로 조정부를 이끌고 있는 박성현 회장과 유지원 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26년 8월, 제21회 대학조정대회>
스무 명으로 시작해, 10년을 건너다
POSTECH 조정부는 약 10년 전 김도연 총장 재임 당시 창단됐다. 당시 다른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에는 이미 조정부가 있었고, POSTECH에서도 학교를 대표할 수 있는 스포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창단의 배경이 됐다.
창단 당시부터 조정부와 함께한 김재훈 교수는 첫해 약 20명의 학생이 부원으로 들어왔지만, 팀을 꾸준히 유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회상했다. 대학생에게 생소한 종목인 데다 주요 대회를 앞두고 여름방학 동안 5주간 진행되는 합숙훈련의 강도도 높았다. 초반3~4년 동안은 부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부터 하나의 과제였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겹치며 약 3년간 훈련과 대회가 사실상 중단되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조정부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1·2학년을 넘어 3·4학년까지 꾸준히 활동하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부원 수도 증가했다. 동시에 훈련과 운영 역시 점차 체계화됐다.
지난 10년간 조정부의 변화를 지켜본 김재훈 교수는, “조정부가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성장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뿌듯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16년 창단식 사진>
10년의 시간이 경기력이 되기까지
최근 POSTECH 조정부는 눈에 띄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대학 조정대회 종합 준우승을 비롯해 세계 명문대 조정 축제에 출전했고, 장보고기 전국조정대회에서는 여자대학부 종합우승을 2년 연속으로 차지했다. 교수와 코치, 학생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경험 있는 선수들이 팀에 남아 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POSTECH 조정부원 대부분은 대학에 입학한 뒤 처음 조정을 접한다. 서윤섭 코치는 “신입부원인 1년 차에는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2년 차와 3년 차가 되면서 실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2~3년 동안 꾸준히 배를 탄 선수들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가 팀의 경기력과 직결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3·4학년까지 활동을 이어가는 선수들이 늘면서 팀의 선수층도 한층 두꺼워졌다. 부원이 많아진 만큼 로잉머신 기록과 실제 수상훈련에서의 실력을 바탕으로 보다 다양한 선수 조합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 에이트에도 오랫동안 활동한 선배들이 함께했다.
박성현 회장은 선배들의 경험이 경기력뿐 아니라 후배들의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대회에 나가면 체격부터 운동선수처럼 보이는 상대를 마주하며 ‘우리가 저 팀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선배들이 실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이런 막연한 두려움도 조금씩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선배들이 ‘우리도 된다’, ‘체격이 부족해도 기술과 호흡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선배들의 경험과 성적은 다시 후배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는 학생들의 노력뿐 아니라 훈련 환경의 변화도 있었다. 학교와 스포츠지원센터는 코어 강화와 리커버리 훈련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윤섭 코치의 체계적인 지도도 더해졌다. 육장수 스포츠지원센터장은 지난해보다 학생들의 체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코치의 전략적인 선수 구성 역시 좋은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울산 세계명문대학 조정 페스티발, 장보고기 실내조정>
한 배를 움직이는 법
학기 중 POSTECH 조정부는 주 3회가량 훈련한다. 주중에는 로잉머신과 웨이트, 서킷 트레이닝 등을 활용한 지상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형산강에서 수상훈련을 진행한다. 방학에는 전국 대학 조정대회를 목표로 약 5주간 집중적인 합숙훈련에 들어간다. 하루 두 차례씩 훈련하며 본격적으로 배의 호흡을 맞춘다.
조정은 뛰어난 선수들이 모였다고 해서 반드시 배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네 명 혹은 여덟 명의 움직임이 하나로 맞아야 비로소 배에 속도가 붙는다. 유지원 부회장은 올해 합숙 기간 가장 많이 연습한 것도 결국 ‘타이밍’이었다고 말했다. 다리로 배를 미는 순간부터 노가 물에 들어가고, 당겨지고, 다시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네 사람이 정확히 맞춰야 했다. 똑같은 힘을 써도 힘을 주는 시점이 다르면 배에는 속도가 붙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아무리 힘껏 밀어도 배가 무겁고 잘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합숙을 거치며 네 사람의 움직임이 맞기 시작하자 배의 느낌도 달라졌다. 유지원 부회장은 “호흡이 맞으니까 배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덜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고요”라고 했다.
그 과정이 항상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박성현 회장은 대회를 앞두고 실제 경기와 같은 2,000m 기록을 측정했을 때를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모든 선수가 힘을 다했지만 목표보다 기록이 좋지 않았다. 자신감이 떨어졌고, 남은 기간 안에 기록을 줄일 수 있을지 걱정도 생겼다. 선수들은 같은 배를 타는 사람들끼리 어느 구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실수를 줄여야 하는지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문제를 하나씩 수정한 결과 실제 기록을 30초 이상 줄였다.
박성현 회장은 배의 밸런스를 맞추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배가 한쪽으로 계속 기울자 처음에는 자신의 노로 물을 눌러 혼자 균형을 바로잡으려 했다. 그러나 밸런스를 잡는 데 신경을 쓸수록 정작 자신의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고 배 역시 잘 나가지 않았다. 결국 문제를 선수들과 공유했고, 코치의 조언을 받아 노가 물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서로 소리를 내며 타이밍을 맞췄다.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움직임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배운 순간이었다.

<실내 로잉머신 훈련, 실내서킷훈련>
POSTECH 조정부를 움직이는 힘
서윤섭 코치는 조정에서 한 배의 경기력은 선수들의 평균적인 실력보다 가장 뒤처지는 선수의 수준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체력이나 기술, 멘탈 중 어느 하나라도 뒤처지면 배 전체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뛰어난 선수는 팀을 위해 자신을 맞추고, 뒤처지는 선수는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따라가야 한다.
박성현 회장도 같은 의미의 말을 전했다. “내가 힘을 빼면 다른 사람이 그 힘까지 대신 써야 한다”며, 누가 강제로 시키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몫이 곧 다른 사람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최선을 다한다고 전했다.
서윤섭 코치가 POSTECH 조정부를 처음 맡았을 때 가장 놀란 것도 학생들의 이러한 책임감이었다. 학생들은 밤 12~1시까지 회의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한 뒤에도 새벽 5시 훈련에 나왔다. 한 명이 빠지면 이미 맞춰놓은 포지션과 리듬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책임감은 훈련장 밖에서도 이어진다. 대회에서는 졸업한 선배들이 찾아와 후배들을 응원하고, 무거운 배를 옮기거나 조립해야 할 때도 선배들이 먼저 나선다. 시합을 앞둔 후배들에게 쉬라고 한 뒤 선배들이 직접 배를 점검하기도 한다.

<배 내는 장면>
경기 중에는 반대로 배 밖의 팀원들이 선수들의 힘이 된다. POSTECH 선수들은 다른 팀원의 경기가 시작되면 배를 따라 강변을 뛰며 응원한다. 유지원 부회장은 다른 대학과 비교해도 POSTECH의 응원 규모와 열기가 특히 인상적이라며, 실제 경기의 중계 화면에서도 해설자가 POSTECH 학생들의 응원을 언급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부회장은 이처럼 서로의 경기를 응원하는 문화를 조정부만의 ‘전우애’라고 표현했다. 모두가 서로 얼마나 힘든 훈련을 거쳤는지 알고 있기에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과 노력 자체를 인정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유지원 부회장은 또한 개인전 경기에서 체력이 떨어져 뒤처지던 순간, 강변을 따라 뛰던 팀원들이 “속도를 올리라”고 외치고 다른 선수가 따라붙고 있다고 알려준 덕분에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는 경험은 결국 개인이 혼자서는 넘기 어려웠던 한계를 넘게 하기도 한다. 박성현 회장 역시 조정을 하면서 ‘한계를 넘는다’는 말을 실제로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해내지 못할 것 같던 훈련을 반복해서 끝까지 해내면서, 새로운 일을 마주했을 때 시작하기 전부터 ‘나는 못할 것 같다’고 단정 짓지 않게 됐다.

<울산 세계명문대학 조정 페스티발>
경계를 넘어 이어지는 팀
함께 맞추는 호흡은 한 배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POSTECH 조정부는 팀 안에서 호흡을 맞추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부와의 교류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포항시청 조정팀과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실업팀 선수 한두 명이 POSTECH 학생들과 같은 배에 올라 직접 움직임을 보고 자세를 지도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에게는 평소 놓치기 쉬웠던 세부적인 기술을 배울 기회가 됐다. 코치가 배 밖에서 전체의 밸런스와 타이밍을 중심으로 지도한다면, 같은 배에 탄 실업팀 선수들은 노의 높이나 노를 물에 넣고 빼는 방법처럼 개인별 동작까지 가까이에서 피드백할 수 있었다.
동시에 팀 안에서는 조정을 오래 경험한 학생들이 새로운 부원들을 이끄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서윤섭 코치는 신입생 때 훈련 강도를 따라가기 힘들어 뒤처지던 학생이 꾸준히 훈련한 뒤 2학년이 되어 새로운 신입부원과 함께 뛰고 자세를 봐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조정을 통해 만들어진 관계는 졸업 이후에도 이어진다. 졸업생과 대학원생들이 다시 팀을 꾸려 대회에 참가하고, 전국에서 대회가 열리면 함께 참가하자며 연락한다. 하나의 배에서 시작된 인연과 경험이 점차 POSTECH 조정부의 역사로 쌓여가고 있다.

<몸푸는장면, 혼성에이트 경기>
다시, 다음 10년을 향해
10주년을 맞은 조정부가 바라보는 다음 목표는 단순히 더 많은 메달을 따는 것만은 아니다.
박성현 회장은 “이번 성과가 한 번의 ‘반짝’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몇 년 뒤 ‘예전에는 잘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하며 POSTECH을 대표하는 팀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10년의 역사가 쌓인 만큼 졸업생과 재학생의 연결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 다른 대학 조정부들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두터운 선후배 관계를 쌓아 왔다. 졸업생이 후배를 후원하고, 그 후배가 졸업해 다시 다음 세대를 돌보는 구조가 POSTECH 조정부에도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서윤섭 코치 역시 성적 자체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기보다 지금처럼 선후배와 졸업생, 재학생이 계속 소통하며 즐겁게 조정할 수 있는 팀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6년 제42회 장보고기, 2017년 43회 장보고기, 2018년 대학조정대회>
지난 10년 동안 POSTECH 조정부가 배운 것은 어쩌면 조정의 원리와 닮아 있다. 먼저 배를 탄 사람이 다음 사람을 이끌고, 누군가 뒤처질 때는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조금씩 같은 리듬을 만들어왔다.
유지원 부회장은 POSTECH 조정부를 “열정과 청춘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박성현 회장에게도 조정의 아침 훈련을 위해 잠을 줄이고, 방학에도 학교에 남아 합숙하며 스무 살과 스물한 살의 시간을 쏟는 일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리듬을 맞춰온 10년. POSTECH 조정부는 이제 다시 다음 10년을 향해 노를 젓는다.

<2016 포스텍 조정팀 훈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