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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모르고, 학생도 모르고, Al도 답을 모르는 문제를 연구합니다” ㅡ 차세대 반도체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노용영 교수·박건웅 박사 인터뷰

  • 등록일 : 2026.09.21
  • 조회수 : 357

“교수도 모르고, 학생도 모르고, AI도 답을 모르는 문제를 연구합니다” 
ㅡ 차세대 반도체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노용영 교수·박건웅 박사 인터뷰


글|POSTECH CREATORS 취재부 김소현 (신소재공학과 24학번)


공기 중에 꺼내 놓으면 1분도 버티기 어려운 반도체 소재가 있다. 실제 기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정성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 노용영 교수 연구팀은 반도체 표면에서 새로운 층을 직접 형성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소재를 보호하는 동시에 전기적 성능까지 개선했고, 이 연구성과는 지난 7월 『Nature』에 실렸다.


이번 성과는 단기간의 아이디어나 한 번의 실험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페로브스카이트 반도체를 연구해 온 시간은 약 10년,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 된 아이디어를 실제 성과로 발전시키는 데에도 6~7년이 걸렸다.


오랜 시간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붙잡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개교 40주년을 맞은 POSTECH이 지난 40년 동안 만들어온 연구 문화와도 맞닿아 있는 질문이다. 노용영 교수와 박건웅 박사를 만나 연구 성과를 넘어, 답이 없는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연구를 지속하는 방법,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POSTECH의 연구 문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번 『Nature』 논문 연구진. 왼쪽부터 이동현 박사, 노용영 교수, 박건웅 박사. (박건웅·이동현·노유진 박사가 논문의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Part 1. 노용영 교수 인터뷰 — 답이 없는 문제를 연구한다는 것

Q1. 이번 연구가 어떤 연구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저희 연구실은 페로브스카이트 반도체를 약 10년 동안 연구해 왔습니다. 전기적 성능이 매우 뛰어난 소재지만, 공기 중의 수분과 산소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공기 중에 꺼내 놓으면 1분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여서 기존에는 질소가 채워진 글로브박스 안에서 실험해야 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반도체 표면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일종의 보호층을 형성했습니다. 이 층이 수분과 산소의 침투를 막는 동시에 반도체 표면의 결함도 줄여줍니다. 이를 통해 소재의 공기 안정성과 전기적 성능을 함께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Q2. 이번 연구 성과는 앞으로 AI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기술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저희가 수행하고 있는 장기 과제의 최종 목표는 AI 반도체에 활용할 수 있는 메모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기존 실리콘 메모리는 높은 온도에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제작된 반도체 위에 직접 쌓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공정할 수 있어, 향후 로직 반도체 위에 메모리를 직접 적층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디스플레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OLED 디스플레이에는 주로 N형 반도체가 사용되는데, 여기에 P형 반도체를 함께 사용하면 더 적은 전력으로 디스플레이를 구동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휴대전화 같은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인 페로브스카이트 반도체의 표면 안정화 과정과 소자 성능 개선 결과.


Q3. 이번 연구는 아이디어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6~7년이 걸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랫동안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요?

저는 POSTECH의 가장 큰 장점이 어려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다려주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논문의 수나 빠른 성과를 중심으로 연구자를 평가하기 때문에, 하나의 문제를 6~7년씩 붙잡고 연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도 박건웅 박사가 학부 연구참여생으로 처음 왔을 때 제안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POSTECH은 논문을 많이 써서 빨리 성과를 내는 것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하도록 장려합니다. 연구자가 긴 호흡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문화가 이번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화학공학과에서도 새로 부임한 교수들에게 논문 편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렵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평가와 지원 체계 덕분에 연구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쫓기지 않고 긴 호흡으로 연구할 수 있고, 최근 POSTECH에서 좋은 연구 성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4.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연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창의적인 연구를 하자”, 그리고 ”답이 없는 연구를 하자”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즘은 AI를 통해 기존의 데이터만으로도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그것을 다시 확인하는 연구만으로는 앞으로 큰 의미를 만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고, 학생도 모르고, AI도 답을 모르는 문제를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순히 어려운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해결했을 때 분야나 인류를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 문제여야 합니다.

그런 연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을 성과로 몰아붙이기보다 자유롭게 연구하도록 하고,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함께 해결하되,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연구실의 철학입니다.


Q5. 개교 40주년을 맞아, 앞으로 40년의 POSTECH은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POSTECH은 지난 40년 동안 매우 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국제적인 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국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우수한 학생과 연구자가 모이려면,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POSTECH에서 함께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난양공대나 싱가포르국립대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도 국제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국가의 학생과 교수진이 함께 연구하면서 대학의 경쟁력도 높아졌습니다. 

POSTECH도 단순히 영어로 수업하는 수준을 넘어, 외국인 학생과 교수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대학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세계의 뛰어난 인재를 받아들이고 길러내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국제적인 연구중심대학이 되었으면 합니다.


Part 2. 박건웅 박사 인터뷰— 정답이 보이지 않아도 가능성을 찾아 나선 길

Q1. 이번 연구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이번 연구는 기존에 알려진 현상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지를 직접 증명해야 하는 연구였습니다. 선행 연구에서 정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공동 연구자들과 데이터를 모아 가능한 설명을 하나씩 검토하고, 맞지 않는 가능성을 지워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반도체 표면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반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이런 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여러 분석을 통해 실제 구조를 확인하면서 저희가 제안한 메커니즘과 결과가 맞아떨어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직접 검증해야 했던 과정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동시에 그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Q2. 긴 연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발견이 있었나요?

공기에 노출돼 성능이 떨어진 시료를 다시 글로브박스에 넣고 가열했더니, 공기 중에 노출되기 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성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발견은 그 이후에 있었습니다. 한 번은 별도의 열처리 없이 시료를 글로브박스에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 날 다시 측정했는데, 성능이 회복되어 있었습니다. 이 현상을 계기로 연구의 방향도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성능이 좋은 반도체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재의 안정성과 회복 특성까지 설명하는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설계한 실험이 아니라 우연히 다시 측정한 과정에서 새로운 연구 방향을 발견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용한 장비, 장비를 사용하는 모습


Q3.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연구자로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POSTECH 화학공학과에 2017 학번으로 입학해 학부생 연구참여를 통해 처음 이 연구실을 접했고, 2021년 졸업 후 바로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학부 과정에서는 반도체를 깊게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실에 들어온 뒤 처음부터 공부해야 했습니다.

제가 연구하게 된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소재도 당시에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반도체도 익숙하지 않고, 연구 소재도 처음 접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제가 이 연구를 잘할 수 있을지 막연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계속하면서 처음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소재를 하나씩 이해하게 됐고, 그 소재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연구와 좋은 성과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새로운 분야를 받아들이는 자신감입니다.

예전에는 모르는 분야를 마주하면 ‘내가 잘할 수 있을까’부터 걱정했습니다. 이제는 처음 접하는 분야나 새로운 소재라도 충분히 공부하고 이해하면 연구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한 분야를 처음부터 배워 실제 연구 성과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주제를 만나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Q4. 오랜 시간 연구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개인적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특별히 거창한 원동력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연구에만 매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만 계속 생각하다 보면 같은 문제 안에 갇히기 쉽습니다. 실험실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고 해서 반드시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생각이 한 방향으로 굳어지면 아무리 많은 시간을 들여도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자유를 많이 주시는 편이고, 저도 그 자유를 잘 활용했습니다. 교수님과 저 모두 오래 일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계속 연구실에 남아 있기보다 놀 때는 놀고, 할 때는 집중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연구와 개인적인 삶을 어느 정도 분리하려고 했습니다. 테니스나 클라이밍 같은 운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네트워킹 자리에도 참석하면서 연구 밖의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오히려 긴 시간 연구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잠시 연구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면 문제를 더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고, 집중력도 높아졌습니다. 연구를 오래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연구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운 것 같습니다.


Q5. 연구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연구실 선배 한 분이 있습니다. 함께 연구할 때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항상 “그냥 해. 즐겨.”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단순히 말만 긍정적으로 하는 분도 아니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연구실에 나오고 늦게까지 남아 본인의 연구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기꺼이 도와주셨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불평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동시에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 선배처럼 연구를 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모습을 보며 더 열심히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Q6. 연구자의 길을 고민하는 POSTECH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후배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은 POSTECH에 다니는 것에 대해 더 큰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POSTECH은 연구를 수행하기에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교수님들도 학생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십니다. 학부생 때부터 실제 연구에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최근 학교에서 발표되는 연구 성과들을 보면, 단순히 다른 연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학부생일 때는 자신이 누리는 환경이 얼마나 좋은지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연구를 계속해 보면 POSTECH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후배들이 이런 환경에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충분히 활용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POSTECH 구성원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졸업 후 회사에 갈 수도 있고, 창업을 할 수도 있으며, 계속 연구자의 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든 본인이 POSTECH 출신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고, 동시에 학교에도 자랑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구실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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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에서는 쉽게 무너지던 소재를 안정적인 반도체로 바꾸기까지 연구팀은 수많은 가능성을 검토하고, 맞지 않는 답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그 과정은 1년이나 2년이 아닌 6~7년에 걸쳐 이어졌다.


노용영 교수는 “교수도 모르고, 학생도 모르고, AI도 모르는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웅 박사는 그런 연구를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연구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삶과 호흡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답이 없는 문제를 선택하는 용기, 그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 그리고 연구자들이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문화. 두 연구자의 이야기는 지난 40년 동안 POSTECH이 만들어온 연구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제 POSTECH은 세계의 인재들이 함께 답이 없는 문제에 도전하는 더욱 국제적인 대학을 향해 다음 40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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